700㎒ 논란이 교육계까지 번졌다.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까지 나서면서 주파수 공방이 합리적 논의보다 정치적 여론몰이로 비화될 조짐이다. 공공재인 주파수가 이해관계자 득실에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주파수 활용방안을 국민 편익이나 경제파급 효과 차원에서 냉정하게 검토해야 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16일 열리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전체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700㎒ 주파수 분배 이슈가 중요 논의사항으로 다뤄진다.
미방위는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학부모단체가 제기한 건의서를 내세워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총은 최근 학생 교육권과 시청권 보장을 위해 EBS에도 700㎒가 필요하다는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700㎒ 잔여대역(88㎒) 중 3개 채널(18㎒ 폭)을 KBS1, MBC, SBS에, KBS2와 EBS는 700㎒와 DMB 대역에서 각각 1개 채널(각 6㎒ 폭)을 공급하는 ‘4+1’ 안을 고육지책으로 내놨다. 채널 성격을 고려했을 때 DMB 대역은 EBS에 할당될 공산이 크다.
한국교총은 EBS에 DMB 대역 할당은 교육권과 시청권을 침해하는 일이며 정부의 안테나 추가 설치 안은 시청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시청자 차별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EBS에도 700㎒를 할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지난달 주파수 소위에서 정부 안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통신업계와 전문가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부분 시청자가 유료방송으로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을 보고 있다. 직접 수신율 6.7% 가구(약 120만가구) 중 UHD 방송 시청을 위해 초단파(VHF) 안테나 설치가 필요한 단독가구는 40만가구로 추정된다. 이 중 당장 UHD TV를 구입해 직접수신을 원하는 단독가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UHD 방송은 수도권, 광역시, 시군구 등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안테나 지원으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EBS UHD 방송의 DMB 대역 사용은 HD 방송을 UHD로 전환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현재 지상파 HD 방송이 병행 방송 중이다. 따라서 직접 수신 가구는 VHF 안테나 추가 설치 없이도 EBS 시청에는 무리가 없다. 사실상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통신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이동통신이 광대역 주파수를 포기했을 때 국민 편익, 경제성 등 여러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 통신·방송이 700㎒를 조화롭게 사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이유를 이성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교원 단체까지 끌어들여 논쟁을 확산하려는 의도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공재인 주파수는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효율성을 따져 분배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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