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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보] 디지털방송 성공, 갈길은 멀다

국회는 지난달 26일 ‘지상파TV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디지털전환특별법)을 통과시켰다. 2013년부터 아날로그방송이 끝나고 디지털방송이 전면화된다. 그러나 법 통과 뒤에도 과제는 많다. 부족한 부분의 개정, 시행령 제정에서 논란 등 여러 가지 관문이 남아있다. 원활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점도 많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문효선 집행위원장은 “디지털전환특별법이 그동안 제기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쫓기듯 통과돼 유감”이라며 “앞으로 개정과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이 되는 몇 가지를 간추려본다.

전환 비용은 어디서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하려면 2조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방송사의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은 재원 확보 대안을 뚜렷하게 밝히지 못했다. ‘TV수신료 인상과 방송광고제도의 개선을 할 수 있다’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TV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도입 등 방송광고제도 개선은 정부의 공영방송 구조개편과 케이블TV·신문업계의 반발과 맞물려 있다. 정치적 논란 때문에 애매하게 절충한 셈이다. 결론이 늦어지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종료 위헌 논란
일부에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법은 ‘아날로그방송 종료 시점을 2012년 이전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못박았다. 국민에게 선택권이 없다.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2000년 수립됐던 디지털전환 종합계획에서는 95%의 국민이 디지털수상기나 디지털방송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셋톱박스를 보유할 때까지 방송사가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송을 함께 내보내도록 했다. 그러나 애초 방침과 달리 2012년으로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정한 셈이다. 현재 디지털TV 보급률은 30%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박형상 변호사는 “처벌규정이 있는 형법 등과 달리 디지털전환법은 2012년을 정책적 목표로 삼은 것”이라며 “위헌 소송 가능성은 있으나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방송권역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면 방송권역이 줄어든다. 아날로그 방송 권역은 KBS 1TV가 98% 정도로 가장 넓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디지털 방송의 수신권역은 85~90%로 추정된다. 아날로그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 일부가 디지털 방송은 보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1백50~2백만 가구에 이른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사 간의 협의로 아날로그 방송 종료 방법에 따라 주파수를 더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더구나 국내 시청자 70% 이상이 지상파방송을 케이블TV로 본다.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은 시간이 더 걸린다. 결국 공동시청용 안테나(MATV) 등의 정비가 중요하나 지원 대책이 모호하다.

취약계층 지원대책
돈이 없으면 방송을 볼 수 없는 상황도 예상된다. 시청자가 디지털 방송을 보려면 디지털 수상기나 셋톱박스를 사야한다. 조작 방법도 불편할 수 있다. 이 비용을 대기 힘들거나 디지털 기술을 소화하기 힘든 계층이 생긴다. 디지털전환특별법은 이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로 한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는 아니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백20% 이하인 차상위계층이 2백20만가구로 추정된다. 고령층 노인이나 장애인 등 디지털 전환에 취약한 계층도 많다.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대안이 부족하다.
아날로그TV로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는 저가형 셋톱박스의 보급도 쉽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셋톱박스 개발업체가 많지않은 실정이다.

대국민 홍보 부족
지난해 초 지상파 방송사들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디지털방송 전환 인지도는 26%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은 아날로그방송 종료까지 7년의 홍보기간 동안 2억 파운드(한화 약 4천억원)의 예산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5년 동안 44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대국민 홍보가 미진하면 시청자들의 저항이 상상외로 커질 수 있다.

4개 지상파 방송사 중심으로 디지털전환 홍보 등을 위해 추진하는 ‘DTV코리아’ 법인 설립은 앞으로 2~3개월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한국방송협회 정책특별위원회 최선욱 기획팀장은 “체계적인 대국민 홍보가 되려면 방송사는 물론 시청자, 정부, 가전업체 등 디지털 전환에 얽힌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DTV코리아에 참여해야 한다”며 “현재 가전업체 쪽과는 협의가 끝났으며 빠른 시일 내에 매듭을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2008년 03월 0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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