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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기고] 새로운 주파수 정책으로의 진화

기존의 주파수 할당 및 이용권 부여 방식이 마치 건물 내의 상가들을 일정 구역으로 구분해 분양 또는 임대하는 것과 유사했다면,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롭게 대두된 공유(Commons)이론에 입각한 주파수 정책은 `장터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넓은 광장에서 특별한 구역 구분 없이 누구나 와서 영업행위를 할 수 있고 상가에 비해 어수선하면서 시끌벅적한 곳이 장터인데, 공유이론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됐다.

주파수를 특정 대역으로 분배해 배타적 이용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권 제약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책당국의 인위적인 분배와 배타적 이용권 부여를 통한 `칸막이 때문에 주파수 이용효율이 저해됨에 반해, 주파수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들끼리 서로 공유해 주파수를 이용하게 되면 주파수 부족현상이 해소되고 보다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공유를 바탕으로 주파수 이용경쟁(product competition)을 활성화시킨다면 오히려 주파수 이용후생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만약 장터가 지나치게 시끄럽거나 어수선하면 도저히 영업이 불가능한 것처럼 주파수를 다수의 이용자가 공유함에 있어 혼ㆍ간섭 배제가 필수적인데, 공유이론에서는 주파수 자체에 제약을 가하는 혼ㆍ간섭 방지 대신에 기술발전을 전제로 장비 차원의 자동적인 혼ㆍ간섭 방지를 강조한다.

최근 주파수와 이용자간에 일대일로 이용권을 부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새로운 주파수 정책 도입 시도가 미국에서 있었는데, DTV 전환대역인 700MHz 대역의 일부 블록(구체적으로는 D블록)에 적용된 정책이 그것이다. 미국의 700MHz 대역 중 총 62MHz 폭을 대상으로 하는 경매가 261라운드를 끝으로 191억 달러라는 미국 주파수 경매 사상 최고 액수를 기록하며 얼마 전인 3월 18일에 종료되었다.

이번 경매에서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상기한 D블록을 공공안전용과 상업용으로 동시에 이용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일부 대역(C블록)에 에플리케이션 및 단말기 개방 의무 부여, 익명경매 및 조합경매를 도입했다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

비록 본 D블록의 경우 비상사태 발생 시 2순위 상업용 이용 대신 1순위 공공용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공유개념의 적용이라고는 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는 D블록 경매가 유찰 됐지만, 위의 사례는 주파수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우선 “하나의 주파수 대역에 대해 복수의 이용자를 부여”하고자 했다는 것과, 전통적인 주파수용도 순위 구분과 달리 “공공안전용을 1순위에, 상업용을 2순위로 구분해 분배”했다는 점이다. 특히 금번 미국의 D블록 주파수 정책은 `2명의 상인이 존재하는 장터처럼 초보적인 이용권 공유개념에 기반 한 새로운 주파수 정책 도입을 시도한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경매 결과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새로운 주파수 이용정책의 도입은 미국의 FCC가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잔여대역인 700MHz 경매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지상파TV방송의 디지털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된 시점에서 DTV 전환에 따른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을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700MHz 주파수 정책 사례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다 많은 창의적 고민과 정책검토를 통해 공공의 이익과 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 방향을 수립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종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통신방송정책연구실 임연구원
2008년 04월 0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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