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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미국의 디지털 방송 전환 연기

미국이 디지털 방송 전면 전환 시한을 2009년 2월 17일에서 6월 12일로 4개월 연기했다. 미국 정부는 2월17일을 기해 아날로그 방송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고 수 년 동안 준비 해왔다. 그러나 아직 일부 시청자들이 디지털TV나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컨버터를 준비하지 못해 연기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취약 계층에 대해 컨버터 박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40달러 쿠폰을 지급했었는데, 정부가 컨버터 박스 지원 예산으로 확보한 13억4000만 달러가 소진돼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됐다.

이번 연기는 무엇보다도 방송 정책의 추진에서 시청자를 가장 우선 순위로 고려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송 정책의 추진은 정부, 산업, 시청자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방향을 가지고 있어도, 기업이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내세워도, 결국 시청자에 대한 고려가 없으면 안된다. 여기에는 시청자의 필요와 편의, 경제적 능력, 문화적 흐름, 사회적 이해도 등이 잘 갖추어져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삼 박자가 안 맞을 경우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이번 정책 연기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보다는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은 그것이 시청자를 위한 정책 변화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콥스 FCC 위원장 대행이 앞으로 주어진 4개월동안 시청자 친화적인 컨버터 박스 쿠폰 프로그램, 특히 취약한 시청자 계층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 등에 더 집중해서 보완하겠다고 밝힌 것도 바로 그러한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지연을 우리는 좋은 보약으로 삼을 수 있다. 우리는 4년의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더욱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시청자 대상의 정책 보완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현재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으므로, 디지털 전환을 시청자에게 널리 알리고 인지하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대한 충분한 사전 고지를 통해 디지털 전환 거부자를 최소화하고, 이번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이 종료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중 매체를 통한 홍보, 지자체 등을 통해 전국, 지역 단위의 홍보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제는 일방적인 정책성 홍보보다는 시청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접촉하는 대중교통 중심지역, 상점, 읍면동사무소, 자원봉사단체 등을 통한 접촉도를 늘려야 한다.

둘째, 정기적으로 디지털 전환 보급률, 인지율을 조사해 발표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관심을 높여야 한다. 앞으로 4년동안 디지털 전환에 대한 추진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미흡한 점,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적시에 발굴해서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시청자의 인지도를 분석하고 이를 홍보에 반영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셋째, 시청자 지원 대상에 대한 다양하고 차별화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디지털전환 특별법에서는 직접 지원 대상자를 저소득층으로 규정하고, 그 대상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제한했다. 최근 여기에 차상위계층을 포함하도록 확대하는 수정안이 제안됐다. 그러나 소외계층 지원에는 노령층, 장애인, 도서산간 지역 거주자 등도 포함되므로 이들에 대한 보완도 검토돼야 한다. 영국은 국가보조금을 지원받는 7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도 디지털 셋톱박스를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넷째, 이러한 시청자 우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방송 전환은 단지 방송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국가 전반에 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인 만큼, 다양한 재원을 모두 활용하여 국가의 모든 리소스가 톱니바퀴 맞물리듯 잘 짜여져야 한다. 현재 방송사의 광고 매출의 일부로 조성되는 방송발전기금이나 가전사가 판매하는 디지털 TV 수상기에서 기금 충당금을 부과하는 등, 해당 부처나 산업계를 넘어서 다양한 재원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의회는 시청자들이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디지털 연기법을 제정했음을 분명히 했다. 남은 4개월 동안 대기 중인 200만 시청자에게 디지털 컨버터 쿠폰을 제공할 재원을 마련하고, 공공-민간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을 밝혔다. 그리고 그 목표는 록펠러 상원의원의 다음 한 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 “put consumers first” (소비자 우선).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2009년 2월 1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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