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알아봅시다] 디지털전환과 주파수 활용
지상파방송 “MMS 활용”…통신진영은 “차세대 이동용도로”
최경섭 기자 kschoi@dt.co.kr | 입력: 2010-12-23 22:13 [2010년 12월 24일자 18면 기사]
MMS(멀티모드서비스) 도입논란으로 방송통신 업계가 시끄럽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사들에 기존 방송대역, 또는 디지털전환에 따라 유휴 대역으로 남는 주파수를 활용해 다채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에 착수한 때문입니다.
케이블TV를 비롯한 유료방송 진영에서 반박 성명이 나오고 `지상파 특혜'라는 여론의 따가운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여론의 거센 역풍에 방통위도 `MMS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이라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지상파 4사의 MMS 도입선언과 맞물려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MMS 도입문제는 지상파 방송사들에 대한 과도한 채널지원 뿐만 아니라 국민의 공공재인 주파수 자원을 특정 방송사에 편법 지원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케이블TV 등을 비롯한 유료방송 매체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통신업계가 반발하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기존 방송용 주파수를 활용하거나 2012년 말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라 유휴대역으로 남는 주파수를 MMS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입니다. 다채널 방송을 구현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보장하고 수신환경을 개선해 보겠다는 게 MMS를 요구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케이블TV, 통신업계에서는 `주파수 특혜'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자산인 주파수를 공익적인 목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무단 사용한다는 지적입니다.
유료방송, 통신업계의 이같은 반발은 과거 방송사들이 황금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점유해 온데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 지상파 방송사들은 과거 수십여년 동안 활용성이 큰 저주파 대역의 황금주파수를 점유하면서도 공익적 서비스라는 이유로 주파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3G(세대) 및 4G용 이동통신용 주파수 확보를 위해 수천억원, 수조원대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주파수 할당대가로 지불하고 있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MMS 도입 요구가 장기적으로 700㎒ 주파수 확보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은 이미 디지털전환 논의가 전개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향후 디지털전환 이후에도 방송사들이 700㎒ 황금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습니다. 물론 방송은 공공성이 강한 만큼, 방송용 주파수는 무료로 제공돼야 한다는 게 이들 지상파 방송사들의 한결같은 주장입니다.
700㎒ 주파수 대역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날로그 방송용으로 사용하던 황금주파수 대역입니다. 특히 대역 특성상 전파도달거리가 길고, 혼선, 잡음 등으로 인한 불량이 적어 투자대비 전파 효율성이 높아 황금주파수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오는 2012년 12월31일 디지털방송으로 전환되면서 총 108㎒ 대역폭(698∼108㎒)에 해당하는 700㎒ 황금주파수 대역이 새로운 유휴 주파수 대역으로 남게됩니다.
IT 업계에서는 정부가 700㎒ 대역을 수요가 있는 사업자들이 경쟁을 통해 확보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고 이동통신 주파수 부족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700㎒ 황금주파수를 미래 이동통신용 주파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모바일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면서 2015년까지 430∼610㎒, 2020년까지 580∼810㎒의 주파수 대역폭이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700㎒ 대역을 이통용 자원으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상당수의 주파수가 더 필요하다는 계산입니다.
이미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디지털전환에 따라 유휴 대역으로 남는 황금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집중 배치한 상황입니다. 미국은 지난 2007년 총 200억달러에 달하는 주파수 경매대가를 받고 디지털전환 유휴 주파수를 매각했고, 영국, 프랑스 등 유럽내 주요 국가에서도 경매제 등의 형태로 주파수를 할당한 바 있습니다. 황금주파수를 필요로 하는 사업자에, 또 경쟁을 통해 주파수를 매각하고, 여기에서 얻은 판매수입을 디지털전환 비용이나 기타 IT 산업활동에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2년 아날로그 방송종료를 앞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도 내년부터 700㎒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작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세계 각국의 주파수 활용사례, 관련업계의 의견수렴 작업을 거쳐 활용방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디지털전환 유휴 주파수를 경매 등의 방법으로 차세대 이통서비스 용도로 할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파수를 필요로 하는 사업자가 경매 등의 방법으로 정당하게 주파수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순환고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이같은 정책기조에 같은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방송계의 요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데 있습니다. MMS 도입논란을 도화선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700㎒ 주파수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