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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디지털전환 시범사업의 성공

2012년 12월 전국적인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충북 단양, 경북 울진, 전남 강진, 제주도 등 4곳을 디지털전환 시범지역으로 선정했으며, 내년부터 시범사업이 착수된다. 아날로그 전국 종료를 2년여 앞두고 실시되는 시범사업은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해 보이던 디지털전환 정책이 이제 뭔가 진척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디지털전환은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대규모 국책 사업인데다 비용도 많이 들고 기술적 어려움도 수반하는 고난도의 사업이기 때문에 시범사업이 필수적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디지털전환을 앞두고 시범사업을 실시해 문제점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아날로그 종료시까지의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외국의 시범사업 사례가 주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교훈을 충분히 검토하여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시범사업이 곧 본 사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윌밍턴 지역이나 영국의 화이트헤드 지역처럼 시범사업 지역은 곧 아날로그 선행종료지역이 된다. 선행 종료지역에서의 사업성과는 이후에 시행하는 지역에서의 시범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시범사업의 계획은 매우 치밀하게 수립돼야 하며, 다양한 문제점을 사전 점검할 수 있도록 사업목표가 분명하게 설정돼야 한다. 전국적으로 디지털전환에 대한 인지도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방통위가 선정한 4개 지역은 영국의 페리사이드나 볼톤 지역과 같은 수 백가구 규모의 소규모 지역보다 훨씬 대규모의 지역인데다 처음 실시하는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실시되어야 한다.

둘째, 처음 아날로그가 종료되는 지역을 잘 선정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다양한 형태의 시범사업을 실시하였지만 가장 중요하게 실시한 시범사업은 최초 종료에 해당되는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이다. 우리가 이미 선정한 4개 지역 중에서 어느 지역을 우선적으로 종료할 것인지를 잘 결정해야 한다. 미국의 윌밍턴, 영국의 화이트헤드, 일본의 스즈시처럼 국가별로 최초로 아날로그가 종료되는 지역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최초 전환지역에서의 시범사업은 반드시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그것이 전국적으로 디지털전환에 대한 인지율을 높이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본 전환에서도 되풀이된다. 2009년 6월 12일 미국의 전환사례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2008년 9월 8일 윌밍턴 시범사업과 2009년 5월 21일 소프트 테스트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이 그대로 되풀이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따라서 아날로그 종료 전과 종료 당일, 그리고 종료 이후의 3단계로 나누어 시청자 입장에서 어떤 문제점을 당면하게 되는지를 필드조사를 통해 자세하고 정확하게 분석하여 본 전환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 주요 선진국들은 원만한 시범사업 추진을 통해 정부의 디지털 전환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였다. 시범사업을 통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디지털전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며, 동시에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높아졌다. 이는 영국의 디지털전환 과정을 주도했던 마이클 스탁스가 가장 우려했던 시청자 저항이 예상과는 달리 그다지 큰 위험요인으로 나타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대선과 맞물려 있는 우리나라의 디지털전환에서는 시청자 저항이 한국적 특수상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시범사업과 함께 지금부터 2012년 아날로그 종료시까지 대국민 홍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처럼 2012년에 아날로그를 종료하는 영국이 디지털전환 홍보전담기구(Digital UK)를 두고 7년간 4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점, 홍보 부족으로 인해 아날로그 종료 일정을 4개월이나 연기시키고 무려 6500억원을 추가 투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미국의 사례 등이 주는 함의를 충분히 검토해봐야 한다.

2009년 10월 16일 (금)
정인숙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