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디지털 산책] 디지털전환 이상없나
[디지털 산책] 디지털전환 이상없나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입력: 2010-12-09 00:38
[2010년 12월 09일자 22면 기사]
2012년 12월 디지털 전환 완료를 목표로 하는 국내 디지털 전환실행계획은 선진국과 비슷한 시기인 2001년 10월 전세계에서 일곱번째로 시작됐지만 현재 디지털 전환 속도 성적표를 보면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10년 6월에 실시한 디지털 전환 인지율 및 디지털 방송 수신기 보급률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인지율은 62.8%에 머물러, 우리나라와 유사한 시기에 전환 완료 목표를 갖고 있는 영국의 90%, 2011년 7월 전환 완료 예정인 일본의 96.6%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디지털 TV의 보급률에서도 우리나라는 61%에 그쳐 영국의 92.7%와 일본의 83.8%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이러한 인지율과 보급률의 저조한 비율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시청자 지원사업이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디지털 전환이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부서의 현안 정도로 인식하는 정부 및 국회의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의 약 37%가 아날로그방송 종료 및 종료 시 아날로그 TV로 디지털방송 시청이 불가능함을 모르는 실정이고, 또한 그 사실을 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 활성화를 위한 예산은 매우 미비하다. 홍보예산을 따져보면, 2009년 필요예산 대비 실제 집행예산 확보가 60%(14억), 2010년 15.5%(25억), 그리고 2011년에는 11%(35억)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는 일본의 최근 3년간 홍보예산이 7150억, 영국의 최근 7년 홍보예산 4000억원에 비하면 극히 저조한 것이다. 외국의 예를 찾지 않더라도, 1년에 35억이라는 홍보예산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위한 홍보비용 총액 107억, 서울시장 선거 홍보비용 총액 86억과 비교해보면 조족지혈임을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2년 뒤에는 지상파TV방송을 직접 수신하여 TV를 시청하고 있는 전국 약 300만 세대, 800만명이 아날로그방송 종료로 인해 TV시청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은 사안의 심각성을 더욱 분명하게 한다. 우리는 이미 미국의 사례에서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종료가 원활하지 못할 때, 종료시점에서 사회적 혼란, 전환연기, 막대한 추가예산 소요 등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 역사적 교훈을 배웠다. 또한 디지털 전환기간이 가장 오래 걸린 국가라는 국가 이미지 추락과 함께 향후 주파수 이용에 따른 재원조성 및 산업유발 효과 유도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시범사업 지역에서 현실화되기도 했다. 2010년 시범사업을 실시한 울진, 강진, 단양 지역에 시청자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집중적인 홍보, 시청자 지원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전환율이 20%이상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홍보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 시청은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이러한 기본권을 수행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따라서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는 단순히 홍보가 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디지털 전환을 마친 국가의 사례에서 보듯이 디지털 전환 시 발생하는 예측 가능한 또는 불가능한 요소들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가령, 대면 교육을 통해 디지털 전환의 장점, 구체적인 전환 방법 등에 대한 안내를 통해 시청자의 자발적인 전환을 유도하고, 디지털 전환에 취약한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전환 지원을 유도하며, 디지털 전환 이후 예정되어 있는 주파수 재배치 시 채널재설정 작업 등 시청자 스스로의 전환능력을 배양함으로써 채널 재설정 작업의 혼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태가 유지된다면 아날로그 방송종료일인 2012년 12월 31일에 예정대로 종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디지털 전환은 국가가 특정 시점을 정해놓고 추진하고, 모든 국민이 일정부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강제성이 내포되어 있는 정책으로 전례가 없는 국가과제이다. 따라서 시청자의 자발적인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필수 홍보예산의 확보, 시청자 지원대상 확대를 위한 법령 개정 등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종료연기는 불가피하다. 다시 한번 정부와 국회의 관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