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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디지털 전환비용 `가전사 분담` 공방

방송사 “수혜기업 부담 마땅”ㆍ야권선 법안 발의

오는 2012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고 이후 본격 디지털전환이 예고된 상황에서, 가전업계가 `디지털 전환 역할론에 휘말리고 있다. 이달 중 열릴 임시국회에 `디지털전환 재원마련에 대기업 가전사들이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한 `디지털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으로 있어, 디지털전환에 가전사를 책임주체로 참여시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 2013년 도입되는 디지털전환을 앞두고 디지털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 임시국회에 상정 예정인 가운데 가전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7일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디지털전환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7일 정치권 및 이해관계 당사자들에 따르면 야당과 방송사들은 디지털TV 보급 확대로 수혜를 보는 가전사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며, 디지털전환비용에 대해 가전사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디지털TV업계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가 부담해야 할 설비투자에 해당되는 항목에 민간기업의 지원을 강제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가전사 “글로벌 경쟁 족쇄로 작용” 부정적 입장

◇방송사와 야당 입장은=지상파방송사들은 가전사들도 수혜를 보는 것이 분명한 만큼, 소기의 기여를 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한 시장창출이나 소비자효용 증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지상파4사가 설립한 회사인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DTV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디지털전환협회에 대우일렉을 포함해 국내 가전사 두 곳이 회비를 내고 회원가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전사가 대당 디지털TV에 1000원을 지원하고, 이에 따라 미국에서도 삼성과 LG에 동일한 요구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경쟁사인 소니, 파나소닉 역시 같은 제안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지난 3월 민주당 의원이 `디지털전환 수혜자도 일정 부분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법안을 발의해 가전사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천정배 의원실 관계자는 “가전사가 무조건 디지털전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절대 법칙은 없다”며 “단 지상파방송사들의 HD급 콘텐츠 마련을 위한 시설투자 등은 당연히 방송사 재원으로 해야 하나, 수신기 교체는 시청자들의 돈으로 이뤄질 것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재원마련 해법을 위해서 방송사보다는 일정 부분 가전사가 참여하는 방안의 논의를 촉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은 디지털TV의 정책적 보급 확대를 통해 이득을 볼 대기업들이 그동안 책임주체에서 논외로 빠져 있었지만,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여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라도 분담시켜야 합리적이라는 게 골자다. 단, 수출시 타 국가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야당 측 입장이다.

◇가전사 입장은=가전업계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이하 전자진흥회)가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입장 표명에 조심스런 모습이다. 하지만 TV업계는 영업이익률이 1% 이하인 상황이고, TV는 이미 글로벌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인데 정책적으로 민간기업에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자진흥회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전업체가 비용부담을 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 영국의 경우 가전사가 기술테스트 부문에서 협의체를 마련하고 비용출연을 일부 한 게 전부라고 전했다. 전자진흥회 관계자는 “수익을 내야 하는 게 기업의 생리인 만큼, 이는 소비자부담연계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전사들이 기금을 낸 사례는 없고, 단 DTV코리아 회원사로 가입하라는 제안은 검토중이나 연회비 뿐 아니라 추가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 나오는 가전사 TV는 거의 디지털튜너일체형의 제품으로 방송콘텐츠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지, 이미 풀HD TV로 수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가전사는 지난 1998년부터 디지털TV를 제조해 왔는데, 디지털전환이라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한국이 첫 사례로 전환비용을 제조사에 부담시키면 다른 나라에서도 형평성상 디지털전환 비용을 제조사에 부가하려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가전사들은 주요 선진국처럼 주파수 경매 대금, TV수신료, 중앙정부 예산 등을 활용해야 마땅하고, 휴대전화, 가전사, DMB 업체 등 디지털전환 수혜를 입는 모든 주체를 비용부담 논의에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방통위, 논의의 장 마련해야=디지털전환정책 추진주체로 재원마련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방통위는 `가전업체가 디지털전환과 관련된 전환비용을 부담하게 될 때 문제점이 무엇인지 묻는 이메일을 보내는 등 실태조사를 벌였으나, 현재 가전사 부담은 합당하지 않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방통위 김재영 디지털전환정책과장은 “가전사 부담금 문제는 의원이 발의한 내용이지 방통위 입장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가전사에 저가 디지털TV보급 문제를 들고 나와 가전업체에게는 또 다른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방통위 측은 “디지털TV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20인치대의 20만~30만원짜리 디지털TV 보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디지털TV 대량보급이 가능한 대기업 가전사들은 전혀 따를 의사가 없는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CD TV나 TV수신겸용 모니터의 경우도 이 가격은 비현실적이어서 무리가 있다”면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든, 중소기업에 맡기든 어떤 식으로든 조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전사가 일정 부분 디지털전환에 기여해야 하는 방법론에서 방통위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방송사와 야당측은 이번 법안 발의에도 불구, “디지털전환비용 문제에서 가전사를 압박하려는 게 중점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방통위가 실무자간 서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면, 시청자지원부분에서 가전사가 각 보호시설에 현물지원이나 인력지원을 하든지 명분을 갖고 참여하는 것을 유도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도 “홍보 등을 통해 가전업체가 디지털TV 광고를 할 때 자막을 넣든지 디지털전환을 알리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면서 “DTV코리아 가입도 검토중이나 연회비가 1억원이고 추가비용부담도 있을 수 있어 신중히 살피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단 오는 11일 열릴 예정인 디지털전환활성화추진회에서 기본계획에 재원방안 마련이 빠져 있는데다, 6월 국회일정도 안개속인 상황에서 당장 가전사들에게 재원마련 부담이 지워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디지털전환을 위해 모든 주체들이 뛰어 들어 협업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가전사들도 디지털전환에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보고서에서 “국민들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수준이고, 전환비용 마련에 대한 이해관계자별 의견차이로 갈등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적극적인 갈등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방송사가 가전사의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에서 대치관계로 가길 원치 않을 것인 만큼, 별도 수신료 인상 또는 주파수판매대금 등 다양한 재원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상파 및 케이블TV업계까지 디지털전환을 위해 국가적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디지털방송 전환에 큰 수혜를 입는 TV가전사들이 정부 이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데 대해 기업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mt.co.kr
2009년 6월 8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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