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10년된 TV가 이제야 선명하게 나오는구먼!”
제주도 내년 6월부터 디지털 방송
직접수신세대 많아 대공사 다반사
시간ㆍ홍보 부족 등 대책마련 시급
최경섭 기자 kschoi@dt.co.kr | 입력: 2010-11-22 23:22 [2010년 11월 23일자 6면 기사]
■ 꿈의 디지털방송시대 열린다
2. 르포-시범지역 제주를 가다
“EBS가 아예 안나왔고, KBS나 MBC도 화면이 흐릿했는데..이젠 선명하게 나오는구먼..”
제주도 제주시 상도동에 사는 장기욱(73) 할아버지. 안방에 10여년된 TV가 18일 디지털전환용 TV로 완전 탈바꿈했다.
장 씨 네는 안테나로 지상파를 수신하는 직접 수신세대다. 제주시내에 위치하고 있지만 제주공항이 인접해 있는 탓에, KBS, MBC, JIBS 등 지상파 방송화면이 자주 흔들렸다. EBS는 아예 신호가 잡히지 않아 손자들이라도 가끔 찾아오면 애를 먹였다. 오래된 아날로그 TV에 이처럼 수신환경도 좋지 않다 보니, 장 씨에게 디지털방송 전환은 다른 나라 얘기였다. TV에서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지만, 한 귀로 흘려듣곤 했다.
그러다 이 달 초, 큰맘을 먹고 우체국을 찾았다. 제주도가 디지털전환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내년 6월이면 기존 아날로그TV가 먹통이 된다는 지역방송 자막을 본 때문이다. 그나마 유일한 오락도구인 TV마저 못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디지털전환 수신설비 교체 신청서를 냈다.
◆ 직접수신세대 디지털전환, 대공사 많아=우체국에 접수된 신청서는 바로 제주도 디지털방송 시청자지원센터로 이관됐다. 10월 말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지원센터는 제주시 아날로그 방송 종료시까지 제주지역내 디지털전환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된 기관이다. 특히 제주도는 디지털전환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내년 6월부터는 모든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방송으로 전환된다.
장 씨처럼 현재 지상파 방송을 실내외 안테나에 의존해 시청하고 있는 가구가 가장 큰 문제다. 직접 수신세대의 경우, 기존 아날로그TV를 디지털TV로 전환하거나,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해주는 디지털컨버터를 추가 설치해야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장 씨의 경우 기존 아날로그TV에 디지털컨버터를 연결하기만 하면 기기 교체 없이 기존 TV로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기존 안테나가 노후화된 경우나 UHF 수신감도가 턱없이 떨어지는 지역에선 디지털컨버터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안테나가 지붕 위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는 경우, 단순히 디지털컨버터를 교체하는 공사가 아니라 대형 공사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날 장 씨의 경우도 기존 VHF 안테나를 분리하고 노후된 케이블선을 교체하면서 예상과 달리 대공사가 됐다. 디지털컨버터 설치 작업을 담당한 제주시 디지털방송 지원센터 김영철 씨는 “상당수의 경우 UHF 안테나나 케이블선이 너무 노후 돼 이를 교체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서귀포 외곽지역의 경우는 수신감도가 너무 떨어져 위성방송으로 대체하거나 수신설비 시설이 열악해 대 공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장 씨처럼 직접 디지털컨버터를 교체하기 어려운 노령층의 경우, 설비 담당자가 일일이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설치가 완료된 이후에는 디지털용 리모컨 작동법이 서툰 어르신을 위해 또 장시간 설명을 해줬다. 이처럼 안테나 및 케이블설비 공사, 리모컨 작동법 설명 등이 제공되면서 디지털컨버터 교체작업에만 한시간 반이 소요됐다.
◆ 디지털전환 `시간, 홍보부족' 대책 마련절실 =디지털 전환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촉박한 일정에 비해 준비시간과 홍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디지털전환 지원업무에 착수한 제주도의 경우, 현재는 디지털컨버터를 교체하는 수요가 그리 많지 않지만 본격적인 홍보작업이 진행되는 12월 이후부터는 교체수요가 갑자기 몰리면서 큰 혼선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디지털전환 지원대상층이 적다고는 하지만, 이를 지원하는데 수개월 이상이 걸리는 실정인데, 실제 본 사업이 전개돼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제주도내 21만 가구 중에 장씨처럼 디지털컨버터를 교체하거나 각종 수신설비가 필요한 가구수는 10%선을 약간 밑도는 1만9000여 가구. 지난 10월부터 디지털전환 지원업무가 본격 가동돼 현재는 100여 가구가 수신시설을 디지털로 전환한 실정이다.
제주시 디지털방송 지원센터 강종구 총괄팀장은 “지원센터에서는 12월부터 주요 지상파 방송사에 자막광고가 나가기 시작하면 2만여 가구의 상당수가 동시 다발적으로 디지털전환 수신설비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시 지상파 방송들은 12월부터 아날로그 TV로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수신기를 디지털기기로 교체하거나 디지털컨버터로 교체하는 내용의 자막방송을 제공할 예정이다.
2011년 디지털전환 시범사업 개시를 앞두고, 동시 다발적으로 설비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원능력이나 시간 등이 너무 촉박해 어려움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 디지털방송 지원센터에서도 각각 2인 1개조로 설비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건수가 기껏해야 3∼4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정보통신 설비 전문인력의 보강이 절실한 실정이다.
강 팀장은 “늘어나는 디지털전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정보통신 전문 공사업체를 선정해 설비지원에 나설 방침”이라면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50% 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디지털전환 인지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한 홍보부족도 큰 과제다. 시범지역인 제주도의 경우도 12월부터 자막방송이 전개될 예정이지만, 홍보부족으로 내년 6월까지 제주도내 전역에 걸쳐 디지털전환을 완료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아날로그 방송 수신세대에 디지털 컨버터를 지원해야 하지만, 이를 인지하고 있는 비율이 낮은 실정이다.
특별취재팀= 최경섭차장 kschoi@ 한민옥기자 mohan@
강희종기자 mindle@ 박지성기자 j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