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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디지털전환특별법에 유료방송 들어가나

유료방송 “지상파 디지털도 재전송”…지상파 “사회적 합의 왜 번복하나”

지금의 아날로그방송을 2012년 12월31일까지 디지털로 전환해야하는 데 있어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먼저 대부분의 시청자는 아날로그방송 종료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고(2007년 옛 방송위원회 조사 결과 국민인지도 31.3%), 안다 해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교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하기 싫은 이들도 있다. 전환의무를 지고 있는 지상파방송사 쪽은 막대한 비용(2009~2012년 1조7000억 원, 방송통신위원회)의 자체조달 원칙을 부담스러워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국내 방송환경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과연 시한 내에 디지털 전환이 완료될 것인가가 마지막 문제다.

이와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지상파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명칭에서 지상파라는 단어를 빼고 법의 대상과 목적에 종합유선방송(SO)과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을 포함시켜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국내의 자연적·인위적 난시청 환경에서 디지털 전환을 보다 원활하게 하려면 홈패스율(사용자가 신청만 하면 즉시 개통 가능한 망)이 90%가 넘는 케이블 등 유료방송도 특별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셋톱박스 등을 이용해 디지털 전환 취약계층을 지원한 후 정부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보전 받게끔 한다는 것이다.

전 의원 쪽은 입법발의를 앞두고 14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었으나, 유료방송과 지상파 쪽의 시각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먼저 우성용 스카이라이프 기술서비스본부장은 “디지털전환 정책의 핵심은 가전 및 방송산업 활성화,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통한 시청소비자 복지 증진”이라며 “유료매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오히려 지상파방송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확대하고 디지털전환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기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 역시 “국민의 TV 시청권은 어떤 경우라도 지켜져야 할 대전제”라며 “대부분의 SO들이 이미 디지털 방송을 하고 있기에 전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 HD(고화질)를 내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사 디지털 전환기구인 DTV코리아 최선욱 전략기획실장은 “유료방송사업자들도 참여한 가운데 8개월 간 논의해 지상파로만 한정짓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번복하는 것”이라며 “이 법의 큰 목표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의 주파수를 디지털화를 통해 일부 회수하는 것인데, 유료방송은 이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최 실장은 또한 “지상파 DTV의 유료방송 재송신은 방송법과 저작권법에 따른 재산권에 관한 사항으로 사업자끼리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시청자의 디지털방송에 대한 접근권과 매체선택의 장애 요인은 오히려 디지털케이블방송의 허위영업”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유료방송 쪽은 케이블이나 위성을 거치면 보다 원활한 디지털 전환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나, 지상파 쪽은 무료보편적 서비스 입장에서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반박이다. 유료방송 쪽은 난시청 해소라는 명분으로 손에 쥐어온 지상파 재송신이라는 킬러 콘텐츠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상파 쪽도 난시청 문제로 그동안 일정 부분 눈감아준 재산권 침해문제를 디지털 전환 이후까지 감수할 생각은 없는 셈이다.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 콘텐츠를 전하는 것은 결국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은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디지털시대를 맞아 누구든 어디서든 안테나만 세우면 방송을 깨끗하게 볼 수 있게끔 정책을 세워 나가든지, 아니면 유료방송사업자 쪽에도 난시청해소라는 공적책임을 공식적으로 지우고 그에 걸맞는 지원을 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자를 선택했을 경우의 전제조건은 어떠한 시간적·금전적 비용이 들더라도 이를 감수해야 된다는 것이고, 후자를 선택했을 경우는 지상파만 들어가는 최저가 상품을 이끌어낸 뒤 시청자가 물고 있는 지상파 수신료와의 이중부담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유료방송 가입 가구는 1700만으로 전체 가구의 80%를 넘었지만, 그 해 TV시청행태조사 결과 유선방송 가입자의 48%는 지상파방송을 잘 보기 위해서 가입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후자를 선택했을 경우 지상파의 동의 없이 방통위의 중재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병헌 의원 역시 이날 공청회에서 “디지털 전환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지상파방송”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올해 5억5000만 원을 들여 전국 규모의 난시청과 공시청 설비 현황 등 수신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뒤 체계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14일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디지털TV로의 전환은 지난 1960년대 흑백TV에서 1980년대 컬러TV로의 전환과 맞먹는 것으로, 시청자들은 아날로그 대비 5~6배 이상의 우수한 화질·음질과 함께 티커머스(TV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등 양방향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방송사에는 국내외 경쟁력 확보, 가전사 등은 관련기기 판매 등의 이점이 있다.

김종화 기자 sdpress@mediatoday.co.kr
2009년 4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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