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KOREA
[미디어오늘] 디지털 전환은 방송사 혼자 하나
방통위,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서 모법에 규정된 의무 미루기 지적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겠다며 모법에 규정된 위원회 등의 의무를 슬그머니 방송사 쪽에 미루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사업자에 디지털방송 전환 의무 및 조건을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디지털전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사 쪽에 2012년 디지털방송 전환에 맞춰 고화질(HD) 디지털방송 프로그램의 편성과 디지털방송 난시청 해소 및 수신환경 개선 등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디지털방송 전환관련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한 뒤 시행토록 했고, 아날로그 텔레비전방송 종료 및 디지털방송 전면 실시 홍보와 시청자 지원에 관한 사항도 의무화했다.
아울러 지상파방송사가 디지털 방송을 송출하기 위한 방송국을 구축하지 않거나 2012년 12월31일까지 아날로그방송 병행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방송국 개설허가 취소 등 제재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에서 신설된 제재조치 순서는 먼저 방통위가 정하는 기간 내에 시정조치가 내려지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1개월 내의 방송국 운용제한 또는 정지,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방송국 개설허가가 취소된다. 이는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215명 중 과반수 찬성(찬성 157명, 반대 54명, 기권 4명)으로 디지털전환특별법 일부 개정안(대표발의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의결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방통위 실무진은 지난달 29일 이 시행령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보고했으며, 이날 최시중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차질 없이 (일정을 진행)하지 않으면 위원회 존재가치가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한 DID용 초슬림 베젤 LCD 패널을 가지고 가로 세로 2대씩으로 구성한 멀티스크린 제품을 모델이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그러나 지상파방송사 쪽은 방통위가 일정홍보나 예산마련계획 등 해야 할 일에는 지지부진하면서, 모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시행령을 만들어 방송사 쪽에 방통위의 책무를 미루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통위가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신설한 제10조의2 제1항 가운데 △디지털방송 전환 관련 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사항 △아날로그 텔레비전방송 종료 및 디지털방송 전면 실시의 홍보에 관한 사항 △아날로그 텔레비전방송 종료와 관련된 시청자 지원에 관한 사항은 방송사의 의무가 아니라 방통위의 의무라는 지적이다. 모법인 특별법 5조(고화질 디지털방송 프로그램의 편성)와 13조(디지털방송 수신환경의 개선)에 따라 고화질 프로그램 편성과 난시청 해소는 방송사의 의무지만, 3조(디지털방송 전환 및 활성화 기본계획)에 규정된 대로 위 세 조항은 방통위나 공공기관의 의무라는 것이다.
새로 마련될 제재조치 역시 ‘방송국 개설 허가 취소’ 대목이 문제로 꼽힌다. 지상파방송사 디지털 전환기구 DTV코리아 관계자는 2일 “‘방송국’이란 표현의 해석 여지가 너무 넓다. 전체 방송국을 다 취소하겠다는 것인지, 디지털 전환 해당 주파수만 취소하겠다는 것인지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정작 정부가 세워야 하는 재원마련방법과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시행령에 빨리 안 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7년 2월 옛 정보통신부가 지상파 디지털TV방송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디지털전환 일정은 지난해 특별법과 시행령 공포로 본 궤도에 올랐으나, 2012년 12월31일까지 끝내야 하는 현 일정은 영국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DTV코리아 등 지상파방송사 쪽은 큰 틀의 전환일정과 재원확보수단, 조직화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촉구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sdpress@mediatoday.co.kr
2009년 6월 3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