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위촉 및 시범사업지역 발표…취약계층 지원·난시청 해소 대책은 미지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3일 “디지털 방송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디지털(DtoA) 컨버터 지원과 난시청 해소, 방송사 융자 확대 등의 정부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최 위원장은 이날 디지털전환 시범사업 후보지역 발표 및 디지털전환 활성화 추진 협약식에서 “디지털방송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제 치밀한 실행계획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디지털 전환을 위한 대장정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며 “특정지역에서 아날로그 방송을 전면 종료하는 시범사업 지역을 오늘 선정, 발표함으로써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취약계층에게 디지털(DtoA) 컨버터 등을 지원하고 △산간벽지 등 난시청 지역을 적극 해소하며,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의 노후안테나 등 수신설비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신시설 등 방송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장기 저리 융자를 확대하고 광고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3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힐튼에서 열린 디지털전환 시범사업 후보지역 발표 및 디지털전환 활성화 추진 협약식에서 그룹 소녀시대의 리더 태연씨에게 디지털전환홍보대사 위촉패를 전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방통위는 지난 6월 김연아 선수에 이어 이날 그룹 소녀시대를 디지털 전환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방통위의 추진전략은 대국민 인식확산(2009년) → 아날로그 TV방송의 시험 종료(2010년) → 디지털 전환 실행 본격화(2011∼2012년) → 후속조치(2013년) 등 4단계로 짜여져 있다. 잇단 홍보대사 위촉으로 지난 2007년 옛 방송위원회 조사결과 30%선에 그쳤던 아날로그 TV 방송종료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에서도 초난강 등 유명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현재 정부는 디지털전환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85만 가구에 대한 디지털TV 보조금 예산은 확보해뒀으나, 차상위계층 212만 가구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차상위계층까지 포함한다면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올해 디지털로 전환한 미국도 컨버터 지원 쿠폰이 당초 예상보다 모자라 전환 일정이 지난 1월에서 6월로 연기되기도 했다.
국내 난시청 문제도 그동안 수신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없어, 올해 들어서야 5억5000만 원을 들여 전국 규모의 난시청과 공시청 설비 현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뒤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국내의 자연적·인위적 난시청 환경에서 홈패스율(사용자가 신청만 하면 즉시 개통 가능한 망)이 90%가 넘는 케이블 등 유료방송을 디지털 전환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해 활용할 것인지 말지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다.
소요비용도 문제로 거론된다. 방통위가 세운 디지털전환 활성화 기본계획에 따르면 2009∼2013년까지 전환 소요비용은 방송설비에 1조4000억 원, 홍보 및 저소득층 지원 등에 1조5000억 원으로 모두 2조9000억 원이다. 정부가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장기 저리 융자를 확대한다고 하나, 방송사 쪽은 1조4000억 원이란 소요비용에 비해 융자지원과 관세감면으로 지원되는 재원은 173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군다나 융자지원은 디지털전환 소요비용 지원이 아니라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며, 융자금액이 늘수록 방송사 부채도 따라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홍보 및 저소득층 지원 등에 들어가는 1조5000억 원의 절반 이상도 방송사 쪽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전환은 국책사업”이라는 방송사 쪽 시각과,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 뿐”이라는 정부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강제이주 성격의 디지털 전환이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병순 DTV코리아 회장이 그룹 소녀시대에게 디지털전환홍보대사 위촉패를 전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병순 DTV코리아 회장, 4개 후보선정지역 지자체단체장들이 디지털전환 활성화추진 협약식을 마치고 박수를 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디지털전환 시범사업 후보지역은 충북 단양군과 경북 울진군, 전남 강진군(2010년),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2011년) 등 4개 지역이다. 방통위는 이들 지자체별로 구체적인 종료일을 정한 뒤 해당 날짜에 아날로그 TV방송을 종료할 계획이다. 지상파 TV방송을 안테나를 통해 직접 수신하는 세대에게는 디지털 컨버터(DtoA)/안테나 등을 정부가 일부 또는 전부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997년 2월 옛 정보통신부가 지상파 디지털TV방송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디지털전환 일정은 지난해 특별법과 시행령 공포로 본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2012년 12월31일까지 끝내야 하는 현 일정은 영국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지지부진 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시청자에는 보다 나은 화질과 음질을, 방송사에는 국내외 경쟁력을, 가전사에는 관련기기 판매수익을, 그리고 정부에는 주파수 경매대금을 가져다 준다.
▲ 디지털전환 홍보대사로 임명된 그룹 소녀시대는 자신들의 히트곡 Gee, 소원을 말해봐등을 불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2009년 9월 3일 (목)
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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