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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지상파 DTV, 안테나로 수신해야 하는 이유






[미디어초대석] SBS 기획실 정책팀 조삼모

요즘 나온 4세대 이동통신 중 하나인 LTE 서비스는 월 10만원 정도의 요금으로 최고 10GB 내외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늘어난 데이터 용량에 다양한 할인 혜택이 주어지더라도 요금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에 시청하는 지상파 DTV를 이런 데이터 용량으로 환산해 보면 어떨까? 드라마, 뉴스 등을 포함하는 지상파 DTV의 한 채널은 초당 약 20Mb(메가비트)씩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지상파 1일 평균 방송시간인 19시간 동안 방송하면 하루에만 약 171GB 정도가 되고, 한 달 동안 송출한다고 할 때 무려 5.13TB(테라바이트, 1012바이트)를 송출하는 것이 된다.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겠지만 세상에 어떤 이동통신 서비스가 이 정도의 데이터를 모든 가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 지상파는 지난 수십 년 간 그래왔다. 그것도 무료로.

이처럼 오랫동안 국민들이 최소한 무료로 누려야 할 수준의 정보와 오락을 책임져 온 지상파 방송의 커다란 역할들 중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은 ‘재난 정보’의 전달이었다. 국민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이용하는 매체로서 신속한 재난 정보의 전달은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국민들은 지상파 방송을 어떤 매체로든 시청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평화로울 때, 즉 내 집 주변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요즘처럼 국지성 재해와 재난이 자주 일어나는 때에는 주변의 기지국과 유선망이 모두 끊어진 상태에서 수 킬로 또는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날아오는 지상파 신호는 목숨과도 같은 신호가 될 수 있다.

천만 분의 일의 확률로라도 이런 일이 내 주변에서 발생할 경우, 평소 유선으로만 지상파를 시청하던 국민들은 재난 방송을 제때에 수신할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DTV로 직접 수신하는데 적합하도록 설계된 HD 화질은 다른 매체를 통해 시청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화질의 손실을 입게 마련이다. 즉, 지상파가 아닌 다른 매체를 이용한 지상파 방송의 시청은 사실상 ‘콘텐츠’만 이용할 뿐, 지상파의 ‘성능과 기능’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바로 지상파 방송을 안테나로 직접 수신해야 되는 이유이다.

과거 아날로그TV 시절에는 신호 자체가 열악했기 때문에, 재난 방송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내년 말 모두 디지털로 교체되는 시점부터는 이것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주파수의 상업적 평가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특히 통신 주파수의 부족을 고려한 우리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DTV용 주파수를 대폭 ‘절약’하려는 움직임이 크다.

정부의 주파수 절약 방법은 디지털TV의 커버리지 수준을 과거 아날로그TV의 수준으로 묶어 두는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의 목표를 ‘현재 아날로그 텔레비전 신호를 직접 수신하고 있는 가구’로만 한정하고 케이블 등 유료방송 가입자에게는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고 있는 점이 그 이유이다. 또한,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최대 300MHz 폭까지 할당한 DTV 주파수폭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228MHz를 할당한 것을 보면 이러한 판단을 더욱 확신하게 만든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국내 지상파 시청률을 볼 때, 세계 최소 수준인 지상파 DTV 대역 228MHz 폭은 이해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700MHz 대역이 4세대 통신에 활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서 통신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가 그 동안 세계전파통신회의 등 많은 주파수 관련 국제 회의에서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으로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에 동조해 왔던 것으로 볼 때, 이는 본말이 전도된 면이 없지 않다. 통신망 속도 1위를 유지하려는 노력 대비 상대적으로 SW와 콘텐츠에 대한 지원은 아쉬운 면이 있다.

주파수의 절약은 기능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 목숨과 재산이 연결된 재난방송과 같은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할 정도라면 이는 절약이 아니라 ‘포기’에 가깝다. 우리 정부가 지상파의 재난방송 기능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이상, 유료방송에 가입 유무와 상관 없이 전 국민이 안테나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무료로 수신할 있다는 확실한 판단이 선 후에 통신용 주파수로의 활용을 고려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SBS 기획실 정책팀 조삼모 대부분의 디지털TV의 뒷면에는 텔레비전 신호 입력 단자가 두 개 있다. ‘안테나입력’과 ‘케이블입력’이 그것이다. 평소에는 케이블입력, 외부입력 등으로 공급되는 유료방송을 통해 편리하게 지상파를 시청하더라도 ‘안테나입력’에는 꼭 실내외용 안테나나 공시청 신호를 연결해 두도록 하자. 먼지만 쌓여가는 소화기이지만 언제나 집안에 비치하고 매번 점검해 둬야 하는 이유와 같다.

그리고, 안테나나 공시청으로 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없을 때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국, 아파트 관리실 등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문의하여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자(유료방송 조차도 가입자가 요구하지 않으면 수리기술자를 보내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디지털전환 정책과 주파수 정책이 ‘DTV 주파수가 남는다’는 그릇된 판단으로 흘러 디지털로 전환된 후에도 우리 국민들 중 누군가가 ‘유료’로 재난방송을 시청하게 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SBS 기획실 정책팀 조삼모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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