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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말로만’ 지상파 UHD 전국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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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말로만’ 지상파 UHD 전국방송

“전국방송 두 형태 있다”며 방송권역 무시…공공성 가치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정부가 지상파 아날로그TV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비게 된 700㎒ 대역 주파수의 108㎒ 폭 가운데 20㎒를 재난안전망에 우선 배정하고 지상파 UHD(초고화질) 전국방송에 따른 주파수 수요를 감안해 방송과 통신에 잔여 대역 분배를 결정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 주최로 이날 열린 ‘700㎒ 대역 주파수 관련 공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공동 의견으로 밝힌 이 같은 내용은 일견 40㎒ 폭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하겠다던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전국방송엔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주장하며 방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지역별 방송권역을 무시함으로써, 사실상 통신용 우선 할당이라는 기존 입장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날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한 내용은 두 가지로 “700㎒ 대역 주파수를 재난안전망(20㎒ 폭)에 우선 배정하고, 지상파 UHD 전국방송을 가능케 하기 위한 주파수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는 것이다. 이에 조 국장은 “지상파 UHD 전국방송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어떤 형태로 도입할 것인가에 따라 700㎒ 대역 주파수를 재난안전망과 방송, 통신용에 모두 배정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일한 UHD 콘텐츠를 전국에서 ‘시청’이 가능토록 하는 형태와, 전국 각 지역에서 저마다 UHD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할 수 있게 하는 형태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방송법에 따른 지역별 방송권역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조 국장과 함께 의견진술을 위해 이날 공청회에 출석한 정종기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방송법에 따라 규정된 중앙(서울)과 지역 지상파 체계가 존재한다”며 “이 체계를 흔드는 건 큰 문제라는 전제 아래 지상파 UHD 전국방송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의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조해진 의원은 “조 국장의 말대로라면 경남지역 주민들은 MBC경남과 KBS창원, KNN에서 제작한, 경남 지역의 소식을 담은 콘텐츠는 UHD 방송으로 볼 수 없어도 된다는 것”이라며 지역 차별 정당화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개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미래부가 말로는 지상파 UHD 전국방송에 따른 주파수 수요를 감안하겠다고 하고선 결국 통신망에 우선 배정하겠다는 뜻을 관철시키려 작심하고 공청회에 나온 듯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공청회에 앞서 18개 지역MBC와 9개 지역민방도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미래부가 추진 중인 700㎒ 대역 주파수 정책은 사실상 지역에서의 UHD 방송은 포기하라는 주장”이라며 “지역에 따라 어느 곳은 UHD 방송을 볼 수 있고, 어느 곳은 볼 수 없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차별 정책인 만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 활용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공공적 가치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서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재난안전망에 주파수를 우선 배정하기로 한 것은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으로, 이 기준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과 통신 중 정책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결론이 난다”고 말했다. 무료보편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에 대한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조 국장은 “공공성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전파법에 해당 내용을 넣었어야 한다”며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해야 한다는 국가적 컨센서스(Consensus·합의)가 모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통신업계 측 진술인으로 출석한 홍인기 경희대 교수(전자전파공학과)는 “지상파를 통한 TV 시청가구는 전체 가구의 6.8%에 불과하다”며 “5700만 가입자가 이용하는 이동통신에 비해 한정된 국가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UHD 방송을 위한 주파수 배분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직접수신 비율이 낮다고 주파수를 배분하지 말라는 논리라면 현재 지상파가 사용하는 주파수도 회수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이런 논리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수신료만 납부하면 최소한의 오락과 교양, 보도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는 방송법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2015년 예정된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일정을 조정해 700㎒ 대역을 대체할 대역을 확보하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모바일 광개토플랜에서) 통신에 700㎒ 대역 주파수 중 40㎒ 폭을 할당했는데 이미 20㎒ 폭을 무선마이크로 할용하고 있어 40㎒ 폭을 모두 활용하려면 2021년 이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지상파 계획대로라면 2021년까지 UHD 방송 전환을 완료하는데, 이때가 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DTV 대역이 비는 만큼 일단 지상파가 700㎒ 대역 주파수를 사용해 UHD 방송 전환을 완료하고 2021년에 DTV 대역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이동통신사들은 사실 700㎒ 대역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라며 “2018년 경매 예정인 주파수(2.0㎓ 40㎒ 폭, 2.3㎓ 30㎒ 폭, 2.3㎓ 40㎒폭(와이브로 재활용), 3.5㎓ 160㎒ 일부)가 존재하는 만큼 선택의 폭을 넓혀 투자계획을 먼저 세울 수 있게 하는 게 오히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상파 방송 측 진술인으로 출석한 이상운 남서울대 교수(멀티미디어학과)도 “현재 통신 쪽엔 최소 300㎒ 폭 이상의 가용 주파수가 존재하는 반면, 지상파 방송은 유일하게 700㎒ 대역만을 활용할 수 있다”며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주파수 확보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반면 조규조 국장은 “2018년에 계획된 2㎓ 대역과 3.5㎓ 대역은 상용 제품이 나와 있지 않거나 기존 주파수에 대한 회수·재배치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선 이동통신 3사를 고려할 때 700㎒ 대역을 빼고서는 사용가능한 주파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인기 교수는 최민희 의원의 제안이 대안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2021년까지 통신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남는다”고 말했다.

PD저널 김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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