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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또다른 IT 신화의 주역…방송장비산업

정부가 28일 방송장비 고도화 추진계획을 발표한 것은 방송장비산업을 반도체, 휴대전화 등에 이은 차세대 먹을거리로 키우기 위해서다.

방송시스템 세계시장은 메모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장비만큼 큰 시장이지만 국내업체들의 생산규모나 기술 수준은 아직 세계적 수준에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정보기술(IT)에 강점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의 특성을 활용해 방송장비 시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수출확대 및 고용창출 등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 방송장비 시장 고질적 무역적자

방송장비산업은 콘텐츠 제작장비, 송수신 시스템, 단말 및 부품 등을 포괄하는 산업으로 방송서비스 활성화와 연관돼 있다.

방송시스템(단말기 제외)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594억달러로 메모리 반도체(484억달러), 디스플레이 장비(550억달러) 시장을 능가하지만 제작.송출에 이르는 전반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한 업체는 일본의 소니(Sony), 미국의 해리스(Harris) 등 극소수 업체에 불과하다.

2009년 6월 미국, 2011년 7월 일본, 2012년 12월 한국과 영국 등 국가별로 디지털방송으로의 완전 전환이 추진되면서 방송기기 교체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시장 규모는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넷TV(IPTV)로 대표되는 방송통신 융합서비스의 본격 시행도 방송장비사업 비즈니스모델 전반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대규모 신규설비 투자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방송장비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방송기기 생산규모는 6억3천만달러로 세계시장 점유율은 1.1%에 불과해 국내 시장에서조차 외산장비 도입비율이 85%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기기산업 무역수지 적자는 2006년 2억8천100만달러, 2007년 3억4천300만달러, 2008년 6억1천만달러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 수준에 머물다보니 기술경쟁력은 물론 마케팅 및 해외브랜드 인지도에서도 취약하다는 점에 있다.

지난 2007년 기준 국내 방송장비 제조업체는 180여개에 달했지만 이중 50억원 이상 매출업체는 49게 불과하다. 업체당 자본금은 평균 7억원 수준이며 종업원도 사당 22명에 그쳐 영세 구멍가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자체 R&D 역량이 부족해 모니터나 HD문자발생기 등 저가의 주변장비 생산에만 열중할 뿐 비디오카메라, 스위처, 계측기, 오디오 믹서 등 핵심장비는 외산이 장악하고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은 해외시장 정보 접근이 제한돼 있고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 해외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방송사 등 국내 방송장비 수요기관도 이러한 국내업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 외산장비를 선호하고 있다.

정부 역시 그동안 신규 방송서비스 활성화 및 국내 방송장비산업 육성을 추진했으나 산발적인 정책 발표와 지원체계 미비 등으로 당초 꾀했던 목적 달성에는 실패했다.

◇ 수요자 연계형 산업화 조기 추진

정부는 방송장비 고도화 추진계획에서 국내 방송장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요창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집중적으로 마련했다.

정부는 우선 방송사 등 수요자와 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해 장비를 개발하고 이것이 다시 구매로 연계되는 수요자 연계형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장비개발에 착수할 때 수요자는 장비구매에 관한 수요기관 참여동의서를 작성하고 이후 시험이나 인증, 사후관리까지 참여해 필요한 장비를 보급받게 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2013년까지 기술개발 등에 1천800억원 가량을 투입하기로 하고 이중 1천350억원은 정부가, 450억원은 민간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전에 방송사 의견을 수렴하고 시장규모와 개발가능성, 경제적.기술적 파급효과를 감안해 1∼2년내 조기 사업화가 가능한 폼목을 7월 중 선정할 계획이다.

방송사뿐 아니라 공연장, 학교.군부대.교회 등 기존 단품위주 장비 수요자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방송시스템 모델을 발굴한 뒤 이를 홍보하는 방안도 이번 추진계획에 포함됐다.

정부는 국산장비에 대한 방송사들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 수요기관, 산업계, 시험인증센터 간 장비 시험 및 인증에 대한 업무협정을 체결하고 제품 고장 시 일정액을 보증하거나 애프터서비스(A/S)를 제공하는 방안도 하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 제조사에 대한 장시간 전수검사 등 차별적인 구매제도 개선방안도 9월 중 마련하고 국내업체들이 상용화한 비디오모니터 등 디지털 방송장비에 대해서는 관세감면 대상품목에서 제외해 보호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내수확대와 함께 방송시스템 수출에도 나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DMB와 IPTV 시스템을 동남아 및 중남미 등에 수출할 수 있도록 민관합동의 시장개척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국가별.매체별로 방송센터 단위의 패키지 수출모델을 9월 중 개발해 대.중소기업 공동으로 브릭스(BRICs)와 동남아 국가에 진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차세대 방상장비산업의 성장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R&D 전문인력 공급에 4년간 32억원을 지원하고 차세대 DTV, 차세대 이동방송, 실감미디어, 융합미디어 기술 등 원천기술개발 및 표준화에 올해부터 2013년까지 3천661억원(정부 2천977억원, 민간 684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방송장비산업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올해부터 2013년까지 90억원이 지원되며 디지털방송장비산업 포럼도 출범한다.

정부는 그동안의 단발적인 정책 추진 방식으로는 방송장비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 산학연관 공동의 방송장비 고도화 추진단을 구성해 방송사-제조업체-연구기관 등의 역할분담 체계를 확립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술개발의 효울성을 제고하고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 중간평가 후 예산지급을 차등화하고 완료된 뒤 다시 평가를 통해 우수과제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방송장비 고도화 추진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1조9천억원의 수입대체 및 1조8천억원의 수출확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생산유발 효과는 6조3천억원에 이르고 2만2천명의 직간접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적 수준의 IT기술을 활용해 디지털방송산업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이번 추진계획의 비전”이라며 “지속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정부지원체제 구축을 통해 이번에는 반드시 성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
2009년 5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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