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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지상파-케이블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잊을만하면 지상파 방송 끊긴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죠.”

케이블TV 업계가 지상파와 `재송신 대가` 협상이 결렬되면 오는 24일부터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지상파 송출 중단을 예고했다가 정부 중재로 철회한 바 있다.

지상파 3사는 재송신 대가로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당 280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케이블TV 업계는 디지털 방송이 1500만 가입자 전체로 확대되면 연간 1500억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라며 감당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는 400만명 수준이다.

케이블TV 한 관계자는 “지상파는 공적 주파수 자원을 쓰는 곳으로 방송 커버리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케이블이 커버리지를 넓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송출을 도왔고 그로 인해 광고료가 상승한 대가도 따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애초 방송을 중단하라고 소송한 것은 지상파이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방송을 중단할 수밖에 없고 책임은 지상파가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상파 관계자는 “케이블이 지상파 커버리지 확대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원이 케이블로 인한 광고 증대효과는 미미하다고 결정했고, 오히려 지상파의 난시청 환경 덕에 케이블이 성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가입자당 과금(CPS) 280원은 케이블과 당초 논의했던 금액인데 이제 와서 발을 뺀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잊을만하면 시청자 불안을 가중시키는 방송 중단 사태에 대해 방송업계에서는 지상파와 케이블 간 관계가 `첫 단추부터 잘못 뀄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작은 공생 관계였으나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던 시절이라 미리 정리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파국을 불렀다는 것이다.

과거 중개유선방송 시절부터 케이블은 지상파 방송을 내보내는 대가를 지상파에 내지 않았다. 암묵적인 관행이었다. 1995년 종합유선방송이 출범해서도 이 관행은 이어졌다.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해 시청하는 가구가 적었기 때문에 지상파는 케이블을 통해 방송 커버리지를 넓히는 이득을 얻었다. 케이블은 인기 채널인 지상파를 공짜로 내보낼 수 있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던 것.

그러나 2006년부터 이 문제가 이슈로 등장했다. 지금은 방송통신위원회에 흡수된 방송위원회가 2006년 디지털전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케이블TV에서 송출하는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논의가 이뤄졌다. 양측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지상파 콘텐츠료를 가입자당 부과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2008년 또 다른 유료방송인 IPTV가 재송신 대가로 지상파와 가입자당 280원에 합의하면서 지상파는 케이블TV에도 같은 금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케이블TV가 받아들이지 않자 지상파 3사는 2009년 케이블TV 5개사를 상대로 디지털 가입자에 대한 콘텐츠료를 지불하라고 소송을 냈다.

방통위 중재의 재송신 대가산정협의회가 23일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양측은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대로 해결하라는 으름장만 놓을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청자 피해가 발생하면 결국 방통위의 잘못이 크다”고 전했다.

■ 지상파-케이블 재송신료 분쟁 일지

1995년 종합유선방송 출범
2006년 방송위원회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 구성
2007년 MBC-CJ헬로비전 등 케이블TV 3사 콘텐츠료 협상 개시
2008년 지상파-IPTV 가입자당 280원 과금 협상 타결. 지상파-케이블 협상 결렬
2009년 9월 지상파3사, CJ헬로비전에 재송신 금지 가처분 소송(1심 기각)
11월 지상파3사, 티브로드 등 5대 케이블TV에 재송신 금지 민사본안 소송
2010년 1월 지상파3사, CJ헬로비전 가처분 소송 항고
9월 법원, 민사본안 지상파 저작권 인정.
간접강제 불인정(지상파 케이블 각각 항소)
10월 방통위, 제도개선 전담반 구성 운영 결정
2011년 3월 MBC, 4월13일부터 KT스카이라이프에 수도권 HD 송출 중단 통보
4월 MBC-스카이라이프 재송신료 협상 타결
SBS, 스카이라이프 수도권 HD방송 중단
6월 법원, CJ헬로비전 신규 디지털 가입자 지상파 송출 중단 판결
SBS-스카이라이프 재송신료 협상 타결 및 방송 재개
7월 법원, 민사본안 2심 기각(지상파 대법원 상고)
지상파 CJ헬로비전에 간접강제 신청
10월 법원, CJ헬로비전에 대한 지상파 간접강제 신청 수용
11월 케이블 “협상 결렬시 24일부터 지상파 방송 송출 중단”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