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내용에 불만이 있을 때 ‘전파낭비’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막장 드라마, 불공정한 뉴스, 나눠 먹기식 연말시상식, 주요 스포츠경기 중복 편성 등에 전파자원을 버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시청자나 방송담당 신문기자들이 쓰는 ‘전파낭비’는 ‘시간낭비’나 ‘전기낭비’ 쯤의 의미인 것 같다. 아마도 전파의 가치를 바로 안다면 정색을 하고 겨우 5개 채널을 보기 위해 이를 쓰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것이다. 그것도 현재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직접 안테나를 달아 지상파 방송을 보는 가구가 7% 안팎에 불과하다는 사실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현재 지상파 디지털전환 후 남게 된 700MHz 대역 활용 방안을 놓고 경제적 가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자통신연구원의 분석으로는 700MHz 대역의 국민소득 창출효과는 약 49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1MHz 당 연평균 부가가치로 환산해보면 방송은 51억원, 이동통신은 738억 원이라고 한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같은 대역의 경매 낙찰에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AT&T가 약 20조원을 냈다. 지상파 방송사는 이미 700MHz 아래에서 수백 MHz에 이르는 대역폭을 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파의 경제적 기회비용은 막대할 것이다. 그러나 전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문화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의 활용을 상업영역에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서유럽국가 대부분은 디지털 전환과 함께 채널수가 수십 개에 이르는 지상파 다채널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수십 개에 이르는 지상파 다채널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추구함과 동시에 전파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처럼 “디지털 시대가 열렸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이전에 보던 채널을 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유료방송에 가입해야 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 한국의 디지털 전환은 무료채널의 확대라는 신기술의 ‘혜택’이 아니라 방송 유료화라는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보니 “지상파 전파를 종료하고 저소득층에게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가입비를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나마 위기상황에서 지상파 신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대로 둔다”는 것이 현재 지상파 전파에 대한 한국사회의 선택인 것 같다.
이러한 기현상의 밑바탕에는 ‘난시청’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유료방송이 확대하는 시기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수신환경 개선은 방기한 채 수신율도 높이고 재송신비도 받는 일석이조의 이익만 좇아 왔다. 그나마 KBS는 수신료 인상 명분 때문에 직접수신률 제고에 어느 정도 신경을 썼으나 다른 방송사들은 그럴 동인을 갖지 못했다. ‘직접수신가구의 희소화’는 재전송 문제뿐만 아니라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무용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사회적 차원에서 전파낭비를 막는 일임과 동시에 지상파 방송사로서는 다채널·다매체 환경에서도 리더십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방안이다. 시청자 파편화 현상 속에서 지상파방송의 주시청층은 급격히 노령화되고 있다. 더 많은 채널로 다양한 시청층을 만족시키는 독자적 플랫폼이 없이는 과거의 영예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상파 방송사들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합하는 일이 중요하다. 과거처럼 개별적으로 자기 채널의 송신상태만 책임지는 방식이면 곤란하다. 시청자는 한 방송사의 채널만 잘 안 잡혀도 유료채널 전환의 동인을 갖는다. 이미 지상파방송 4사는 ‘DTV 코리아’를 통해 19세대 이하 공동주택 대상으로 공시청 설비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에 나서고 있다. 수신환경개선과 동시에 지상파 플랫폼 구축을 위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적극적 협동이 필수적이다. 자칫하면 지상파방송사는 유료방송 플랫폼에 의지하는 ‘종편채널’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공공 서비스의 축소를 의미한다.
<이 기사는 협회보 제2호 3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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