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초고화질(UHD) 지상파 방송을 앞뒀지만 정작 TV는 전혀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UHD 신호를 받을 수 있는 TV안테나가 없어 시청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안테나 설치 비용 부담 등 업계 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셋톱박스나 수신 지역 공동안테나 설치 등 새로운 해결책을 위해 정부와 관련 업계가 UHD 수신 환경 개선에 나섰지만 지원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70는 24일 UHD 수신환경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연다. 지상파 방송사와 TV 제조사, 한국전파진흥협회 등 업계 관계자가 참여한다. 내년 2월 UHD 지상파 방송이 시작돼도 TV로 방송을 볼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최근 출시된 UHD TV는 유럽식 UHD 지상파 규격(DVB-T2)을 따른다. 지난해까지 100만대 이상이 시장에 공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상파 방송사가 북미식 UHD 규격(ATSC 3.0)으로 방송을 시작하면 기존 TV에서는 지상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ATSC 3.0 방식 수신 안테나를 새로 설치하거나 셋톱박스 등에서 신호를 전환하는 장치를 달아야 UHD 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있다”며 “신규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가 UHD 방송을 수신하려면 DVB-T2를 ATSC 3.0으로 바꾸는 컨버터를 설치해야 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UHD 신호를 받으려면 `헤드엔드` 장비를 추가 구축해야 한다. UHD코리아에 따르면, UHD 헤드엔드 기기는 대당 100만~150만원 수준으로 아파트 한 단지에 5대 정도가 있어야 수신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전국 아파트가 1만5000단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천억원 규모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TV가 ATSC 3.0 신호를 직접 받을 수 있는 내장형 안테나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TV 제조업계에 요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TV 제조사에서는 개발 비용과 시간을 이유로 반대하는 상황이다.
TV 제조업체 관계자는 “TV에 안테나를 내장하면 제품 가격이 높아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ATSC 3.0 규격이 확정도 안 된 상황에서 특정 안테나를 적용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UHD 수신환경 개선을 위해 방송업계와 제조사 간 알력이 커지면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방통위 TF에서 UHD TV 안테나 의무화나 UHD 공동 수신설비 의무화 등 해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UHD 수신 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 마련이나 정책 추진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UHD 수신 환경 개선 논의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UHD 지상파 본방송을 8개월 정도 앞둔 상황에서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UHD 방송을 함께 수신하는 방안은 공동주택 주민 간 협의 등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UHD 방송 수신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인 UHD 수신 `절벽`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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