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시민단체, 방통위 MMS 정책 의지에 의문제기 …“지상파, 콘텐츠 경쟁력 확보 필요”
무료 보편적 방송의 확대를 통해 시청자의 권익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로 생겨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이하 MMS: Multi-Mode Service). 정부는 지난 2012년 12월 31일 디지털 전환과 함께 MMS 도입을 약속했지만 지난 2월 11일에서야 EBS만이 시범서비스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MMS가 활성화되지 못한 데에는 정책 책임자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의지 부족과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주최로 지난 25일 서울 종로 서울YMCA에서 ‘시청자관점에서 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렀다. .
이 자리에는 김광석 KBS 다채널방송추진단 단장, 신동수 EBS 다채널방송추진단 단장, 박병열 DTV코리아 사무총장,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 등이 참석했다.
“MMS 활성화 가로막는 근본적 문제, 방통위의 MMS 로드맵 부재”
지난 2월 11일 방송사 가운데 EBS가 최초로 EBS 2TV를 개국하고 MMS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무료 채널, 그것도 교육 채널을 하나 더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지만 “우리 집에서는 볼 수 없다”는 민원이 들끓고 있다. EBS 2TV를 TV로 시청할 수 있는 시청자는 10% 미만. 디지털 안테나로 ‘직접 수신’하는 가정만 EBS 2TV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90% 가량이 유료방송에 가입해 TV 시청을 하는 상황에서 유료방송사들은 EBS 2TV가 의무재전송 채널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고 전송을 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가 중재에 나서 송출에 합의를 했지만 시점은 아직 논의 중이다.
발제자로 나선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MMS 활성화를 가로막는 근본적 문제는 방송사업자간 이해 충돌도 있지만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방통위의 MMS에 대한 로드맵이 부재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노 사무국장은 MMS 도입은 물론 관련 서비스에 대한 허용 등 모든 권한에서 방통위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 4사 가운데 EBS만 MMS를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EBS 2TV에 대한 후속 지원을 하지 않고 EBS를 제외한 나머지 지상파의 MMS 도입과 관련해서도 정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 사무국장은 “시청자 이용자의 권익보호, 복지 및 보편적 서비스 실현 등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공공복지 증진에 이바지해야 할 책임이 방통위에 있다”며 “무료시청이 가능한 직접 수신 환경 체계 정비를 위한 관리감독과 지원에 방통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구체적인 정책 제시 시급”
토론에 참석한 한석현 서울YMCA 시민운동본부 팀장 역시 “방통위가 현장에 나와서 이야기를 듣지 않으니 정책을 수립할 수 없는 것이고,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시행은 안 하고 있다”며 “당초 상업 방송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수신만으로도 시청자 권리를 누리자는 게 MMS의 전제조건이었는데 이것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팀장은 “직접 수신율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MMS의 취지는 무너졌다. 이제는 불가피하게 유료방송을 통해 재전송을 하도록 하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며 “그러나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는 사업자 간 갈등을 계속될 것이다. 방통위는 빨리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청석에 있던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방통위가 EBS MMS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EBS 2TV가 개국했을 때 볼 수 없어 실망한 시청자가 많은데 이런 실태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시청자의 열망을 방통위가 정확히 알아서 정책을 수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측은 MMS와 관련해 방통위에 의견서를 보내고 필요하다면 방통위원장과의 면담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MMS 서비스를 하고 있는 EBS 신동수 다채널방송추진단장은 “MMS에 대한 시청자 접근성, 채널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는 직접 수신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EBS가 자체적으로 직접 수신을 홍보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시청자가 무료 보편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홍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콘텐츠 질 높여야 해”
이처럼 제도적 뒷받침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MMS가 활성화될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자체적인 노력 역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상파가 등한시 해온 직접수신율 제고를 위한 노력은 물론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석현 팀장은 “지상파 방송사는 MMS를 시행할 때 재방송이 아닌 수준 높은 콘텐츠로 편성을 채울 수 있는가? KBS가 MMS를 한다 하더라도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지 장담할 수 없다. 지상파가 초래한 결과”라며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90% 이상인 상황에서 직접 수신 전환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사 간 경쟁체제에 접어든 시점에서 문제는 ‘콘텐츠의 질’”이라고 말했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방송사들이 이익 앞에 공공서비스를 축소해서는 안 되고, 시청자 중심의 공익확대 방안을 마련해 편성에 반영해야 한다”며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콘텐츠에 대한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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