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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기고] 한나라당은 집권당으로서 준비되어 있는가?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취임이 2월 25일이니 불과 2주정도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정부개편안을 두고 여·야간 신경전이 도를 넘어 17대 국회가 처리해야 할 민생현안들은 뒤로 한 채 정부개편안이 4월 총선에서 미칠 손익관계를 따져보고 있다는 평가가 무성하다.

방송·통신 분야의 현안은 단연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디지털전환특별법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안이다. 디지털전환특별법은 지난 1월 29일, 30일, 2월 1일 법안심사소위가 정족수 미달로 성안에 실패됨으로써 2012년 12월로 예정된 아날로그방송종료일의 변경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3연 타석 정족수미달로 인한 법안심사소위 의결의 불발을 두고 차기 집권당으로서의 한나라당에 대한 책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아날로그 방송종료일 이후에는 모든 국민들이 별도의 디지털수신기기를 설치하지 않을 시 기존의 아날로그텔레비전은 먹통이 되어 기본적인 시청권마저 제한되게 된다.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기본 법안으로 디지털전환특별법이 입법된다 하더라도 대국민 홍보, 사회적 약자지원 등 아직 결정하지 못한 세부추진계획과 정책이 산적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집권당으로서 추진의 책임을 맡게 될 한나라당이 6인의 법안심사소위 중 3인의 다수 의원을 포진시키고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인해 디지털전환특별법의 입법과정에 주요 장애가 되다.

디지털전환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은 선거와 매우 흡사하다. 타깃 홍보군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일반 제품과는 달리 빈부의 격차, 지역의 구분 없이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아날로그방송의 종료와 그에 대한 준비사항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수개월 동안 모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수많은 후보자들의 홍보물 노출에도 투표율은 불과 63%였다. 투표를 위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유권자인 국민이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는 행위의 참여율조차 60%대인데 전 국민에게 백 만원내외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디지털수신기기를 구매하도록 권유하는 일을 한나라당은 불과 수년 내에 어떻게 해내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일부 한나라당의원들의 “아날로그방송종료를 몇 년 미루는 건 어떻겠냐?”는 입장이나 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한 지원 등 특별법의 법률조항 등에 대한 이해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한나라당이 정치적 현안 등을 이유로 아날로그방송종료일의 결정을 미룬다면 이는 차차기정부에 이명박정부가 부담해야 할 매우 어려운 국책과제를 떠넘기는 모양새가 된다. 또한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모토로 시작하는 이명박 정부가 143조원의 산업유발효과를 낳는다는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을 지연시킴으로서 매년 수십조원의 산업유발효과를 지연시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현재 디지털전환특별법에 쟁점으로 떠오른 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한 지원조항은 이미 1년 4개월전 국내 지상파 디지털전환이 지연되는 문제점들을 해소하고자 기획예산처 등을 포함한 정부5개 부처, 가전사, 학계, 시민단체, 방송사 등 19개 기관으로 구성된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가 8개월여의 오랜 논의 끝에 국회의 권한과 입장을 존중하여 성안한 조항인데 불과 이삼일의 법안심사기간 중 일부 한나라당 문광위 의원들이 일부 신문사의 문제제기 등을 이유로 조항을 삭제토록 종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지상파방송사에게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연차별 디지털방송망 구축계획과 고화질프로그램의 편성계획 등을 강하게 권고해왔다. 그 의무에 대해 정부가 방송사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여 국회에 건의하는 것은 선진국의 디지털전환정책과 비교해도 최소한의 지원조치이다. 이러한 맥락을 무시한 채 의무는 있되 지원은 없다는 식의 법률안의 구성은 차기정부가 손안대고 코풀겠다는 심보로 보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 중 미디어분야의 과제는 크게 방송 · 통신 분야의 경쟁력과 융합서비스의 활성화, 세계일류 U-Korea 구현으로 밝힌바있다. 그러나 디지털인프라가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한국이 아날로그방송으로 방송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거나 아날로그방송과 디지털통신을 융합하겠다고는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게다가 디지털 전환도 세계에서 가장 느린 국가가 단계적으로 달성될 수밖에 없는 디지털화-융합-유비쿼터스의 과제를 두고 세계 일류를 이야기 하는 것은 대표적인 사상누각 정책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은 이명박 정부가 수행해야할 수많은 과제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네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부이길 바란다면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키는 한나라당은 지금 뭘 해야 하나?

최선욱 한국방송협회 정책특별위원회 기획팀장
2008년 02월 1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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