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로 예정됐던 미국 TV의 디지털 전환이 6월12일로 연기됐다. 90년대 후반부터 준비돼 2001년 9?11로 추진력을 받아 2003년에 의회가 지정했던 디지털 전환일을 의회가 스스로 반년을 미룬 것은 무엇보다도 구형 TV를 쓰고 있는 시청자들이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이었다. 닐슨 조사에 따르면 공식 전환 한 달을 앞둔 1월에도 아직 5.6%의 시청자들(650만)이 디지털 전환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살펴보면 TV전파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볼 수 있다.
컨버터 쿠폰 보조금 부족·홍보 미흡 등 문제 속출
방송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면서 발 빠르게 전환 준비를 마친 반면 시청자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정책 실패다. 일단 의회가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해 약속을 한 보조금을 둘러싼 ‘실수’들이다. 디지털 신호를 구형 TV에 맞는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는 컨버터가 보통 40~80달러 정도 하는데, 여기에 의회가 보조금으로 한 가구당 40달러짜리 두 매의 쿠폰을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지원자들이 예상 수보다 많아 기존에 배정한 13억 달러 예산에 6억 5000만 달러를 구제 긴급 예산에서 추가 배당했다.
▲ 지난 17일 예정됐던 미국 텔레비전의 디지털 전환이 여러 가지 이유로 6월 12일로 연기됐다. <사진제공=SBS>
최근 경제상황 악화로 2008년에 기록적인 TV 판매를 기대했던 미국 전자업계는 예상과는 반대로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인 컨버터 쿠폰으로 선호했다. 게다가 이 쿠폰을 우편으로 받기로 돼있어 그 처리만 몇 달이 걸려, 21세기 기술로의 전환을 19세기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이 외에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나누어져 있다든가, 정부의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든가 하는 여러 비판을 받고 있다.
전환 일정을 미룬 또 다른 이유는 디지털 전환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누군가 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가장 큰 관심은 소수 인종(특히 흑인과 라티노)과 청년 계층이다. 미국에서는 대다수가 케이블(58%)이나 위성TV(29%)로 TV를 시청하고 있고, 이들은 이번 디지털 전환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하지만 나머지 약 10%는 빈곤층이나 노령층, 또는 소수 인종으로 아직도 안테나로 TV를 시청하는 것이 대다수다. 그런데 이들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홍보를 하기 어려운 계층이지만, 지상파 방송을 주로 시청하는 시청자라는 데 딜레마가 있다. 그이런 마당에 무작정 전환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정치 사회적으로도 좋을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노령계층이 꾸준히 전환에 준비가 돼있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런 이유로 인해 전환은 미뤄졌지만, FCC에 소명절차를 거쳐 전체 1800여개의 지역 방송사 중 1/3정도인 691개 방송사는 이미 디지털로 전환을 하고 아날로그 신호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쿠폰도 3월안으로 모두 보내질 것이라고 하니, 6월까지는 어느 정도 전환 준비가 이루어질 모양이다. 그러나 결국 컨버터를 만드는 회사들만 좋을 뿐이지, 모두가 피해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방송사들은 두 가지 신호를 내보내는 경비에서부터, 이 전환으로 시청자를 놓칠까 걱정이고, 정치인들은 부적절한 정책으로 조롱을 받고 있다. 전환의 수혜자라고 생각했던, 케이블업계나 디지털 TV 생산 전자업계는 경제 침체의 여파로 큰 재미를 보질 못했다. 게다가 기존의 아날로그 전파대를 불하받은 버라이존을 비롯한 여러 회사들은 쓸 준비를 다 해놓고도 쓰질 못해 경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일각에서는 국가가 TV 산업을 쿠폰이란 형태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다. 미국에서 아이들은 주당 120시간, 노인들은 주당 200시간을 시청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는데, 왜 국가에서 보조금까지 지급해 TV 시청을 부추기느냐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비만이 늘어나고, 독서나 운동을 하는 시간이 줄어드는데, 왜 일부러 국민건강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해치냐는 것이다. 긴급 구난용으로 TV가 긴요하다는 주장에 라디오로도 그것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TV라는 사유물에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인지 논란도 있다.
하지만 이런 당연해 보이는듯한 논란과 이들을 무시한 지원은 TV가 얼마나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해 12월에 오하이오주 40개 방송사가 본보기로 5분간 디지털 신호로 방송했더니, 시청자들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문의가 폭주해 전화 시스템이 작동을 정지해버렸다는 것이다. TV가 그만큼 중요한 반면에, TV가 시청자들을 충격이 있어야만 반응하는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헌율 통신원 /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 hunyul@sfsu.edu
2009년 03월 0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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