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의원 개정안 논란…언론계 “여당 언론악법 통과 지원하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준비 중인 디지털전환특별법의 발의 여부를 놓고 지상파 방송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행법이 적용대상을 지상파로 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전 의원의 안은 종합유선방송과 위성방송까지 확대, 결과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시청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상파’ 빠진 디지털전환특별법= 전병헌 의원 안은 법안의 명칭에서도 지상파 부분을 뺐다. ‘지상파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을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으로 바꾸면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무와 지원을 케이블과 위성방송에도 공식화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디지털방송 취약 계층’이란 용어의 정의 규정을 신설해 아날로그방송 종료에 따른 저소득층 지원 대상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외 차상위계층, 시·청각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65세 이상 노인, 농·어촌 지역 주민, 도서산간 거주자 등으로 확대했다.
▲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디지털방송전환법 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케이블과 위성방송에도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지원을 보장하는 방향의 디지털전환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사진=PD저널>
또한 케이블 및 위성방송 사업자에 대해 고화질 디지털방송 채널 구성·운용 의무를 부과하는 동시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 하여금 아날로그방송 종료 이후 2년 동안 디지털방송 취약계층을 비롯해 디지털방송을 수신하지 못하는 시청자가 지상파 방송을 계속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마련토록 하고 있다.
그밖에도 케이블과 위성방송 사업자에 대해 디지털방송의 난시청 해소와 수신환경 개선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재원과 관련해선 특정한 내용이 없다. 지난 3월 같은 당의 천정배 의원이 발의한 법 개정안이 가전사에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용을 일부 부담시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 유료방송 영업행위 정부가 지원?= 전병헌 의원의 이 같은 안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다른 문제들을 차치하고라도 법 적용 대상이 왜 케이블과 위성방송에까지 확대돼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상태다.
지난 14일 전병헌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입법 공청회에서 지상파 디지털전환 대국민 홍보기구인 DTV코리아의 최선욱 정책실장은 “현행법이 디지털 전환과 아날로그방송 종료 대상을 지상파로 제한한 것은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의 디지털화를 통해 전파자원 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함으로, 현재 지상파가 이용하고 있는 주파수 회수에 큰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 “유료방송의 경우 이 같은 인관관계가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또 케이블 등을 통해 디지털방송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내용과 관련해서도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이미 보유한 재고 단말장치를 이용, 취약계층을 지원한 후(제10조 3항) 시청수신료로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형태로든 보전을 받는다면(제10조 4항 2호)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시행해야 할 보조금 등의 영업행위를 법과 정부가 지원하는 문제뿐 아니라 유료방송 사업자 안에서도 공정경쟁 관련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된 지난 2007년 이래 케이블 등 유료방송의 관련 위약금 분쟁, 허위영업 등에 대한 분쟁이 전년대비 145%로 증가한 점 등을 지적하며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시청자의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 실장은 “기존 법률 제정 당시의 사회적 논의를 재개해 결정될 때까지 (전 의원의) 개정안 발의를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BS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는 지상파 방송 난시청 등의 문제를 케이블을 통해 해결하는 현재의 비정상적 방송구조를 바로잡는다는 의미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케이블이 보조적으로 이용되면 정부가 직접 비용을 지불해주면 될 일이지 직접 지원을 해주는 것은 이 같은 취지를 흐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성기현 한국케이블TV협회 사무총장은 “이 개정안은 케이블에 대한 의무도 상당하기 때문에 우리 역시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면서 “상호보완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효진 방통위 디지털전환과장은 “현행법은 현재의 방송 환경을 고려해 지상파 방송사에 의무를 지웠으며, 따라서 지원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케이블 등에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일은 보다 정교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말했다.
■ “종편·보도채널 도입 돕는 결과”= 지상파 방송사들이 전 의원의 법안에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재 정부 여당이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를 공언하고 있는 언론관계법을 암암리에 돕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4일 공청회에 앞서 전국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 지상파 방송 3사 정책 담당자들이 전 의원과 연이어 만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은 정부 여당이 정치적으로 지상파를 반면 동시에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등을 추진하며 유료방송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전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될 경우, 국회를 통과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더구나 지난 2월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전환특별법 역시 케이블에 대한 지원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언론노조의 한 관계자는 “일련의 상황들을 감안할 때 전 의원이 현재의 안을 고수할 경우 이른바 ‘MB언론악법’을 저지하는데 있어 스스로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를 두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병헌 의원은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이 우선적 고려와 배려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데 이의 없다”면서도 “지상파에 대한 지원이 손상되거나 축소되지 않는다면 85~90%에 달하는 시청자가 케이블 등을 통해 TV를 시청하는 현실을 감안, 일부 정부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을 마련하는데 있어 케이블 등의 로비가 있진 않았다. 향후 충분한 숙성 과정을 거쳐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2009년 4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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