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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 일정만 있고 방안은 없는 디지털 전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아날로그 텔레비전 수상기에 아날로그 방송 종료 안내문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시를 지난 6일부터 시행하는 등 2012년 지상파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 완료를 위한 작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디지털 전환의 핵심 정책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이 4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재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대한 인지율은 31.3%에 불과하며 연간 인지율 상승률 역시 4%에 그치고 있다. 디지털 수상기 보급률도 23.5%밖에 안 된다.(2007년 구 방송위원회 집계) 반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2012년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는 영국의 디지털 수상기 보급률은 86.7%다.

상황이 이런데도 방통위는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구성을 국회의 디지털전환특별법 제정 7개월이 넘은 지난 10월 말께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추진위에는 정부 7개 부처 차관(급) 각 1인과 지상파 방송 4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장비제조업체, 학계, 시민단체 측 인사들이 참여, 20명의 위원을 두게 된다. 방통위는 이달 말 추진위원 위촉식을 진행하고 본격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방통위는 추진위 늑장구성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 기본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디지털 전환의 정책 근거 역할을 할 수신환경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환경부 국토해양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한국전파진흥협회 등 디지털 전환 관련 기관들은 디지털전환특별법과 시행령이 매해 9월 시행계획 수립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관계기관의 시행계획에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다음 해에 추진해야 할 사업내용과 재원조달·지출계획 등이 담겨야 한다. 하지만 기본계획을 심의할 추진위가 이달 말에야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상황에서 올해 말까지 수신환경 조사 등을 통해 기본계획이 세워진다 하더라도 관계기관의 시행계획 수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효진 방통위 디지털전환과장은 “관계기관들이 해야 할 부분들도 많겠지만 내년도에는 방통위가 키를 잡고 있는 디지털 전환 홍보와 수신환경 개선 등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될 것이고, 저소득층 지원은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는 2011년께 추진할 사항인 만큼 (시행계획 수립에 부족한 면이 있어도)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의 이 같은 인식과 관련해 한 방송계 인사는 “지상파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은 전 국민의 시청주권, 복지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인데 지나치게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상파 TV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재원 마련 방안도 논란거리다. 디지털전환특별법 제11조 1항은 ‘지상파의 추가 비용부담을 고려해 이를 충당할 수 있는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의 조정과 방송광고 제도 등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이는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도입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간접 부담이 불가피한 두 방안 모두에 대해 사회적 합의는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2013년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디지털 수상기나 디지털 컨버터를 구입해야 하는 시청자 입장에선 이중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통위가 지난 7월 시행령을 제정하며 당초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지원 대상을 기초생활수급권자 81만명, 차상위계층 212만명 등 모두 293만명으로 규정하려다 최종적으로 차상위계층을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방송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지원을 포함한 디지털 전환 재원 마련과 관련해 세제 완화와 같은 간접적인 방식은 물론 국고와 방송발전기금, 정보화촉진기금 등을 통한 직접 지원, 주파수 경매 및 임대를 통한 재원 확보, 가전사 등에 대한 재원 할당 등 전방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편,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을 전담하기 위해 정부와 지상파 방송사, 일부 가전사, 유통사 등이 모인 비영리법인 DTV코리가 지난달 30일 공식 출범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비용 분담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과 일본의 디지털 전환 기구에 가입, 분담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방통위가 행정력을 동원, 대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2008년 11월 1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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